컨텐츠상세보기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커버이미지)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양윤미 지음 
  • 출판사학이사(이상사) 
  • 출판일2023-10-19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약함을 동력 삼아 써내려 간
뜨거운 삶의 노래


양윤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아픔의 기억을 물기 가득한 언어로 채우고 있다. 후미진 구석까지도 정직하게 보여준다. 상처를 끄집어내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으나 그 적나라한 진실 속에서 비로소 반짝 빛나는 진정성을 건져내었다. 시인은 말한다. “슬픔은 무엇보다도 값진 경험이자 자산이며, 내 삶에 주어진 가장 특별한 패”라고.

외진 동네의 허름한 이층 주택. 좁고 긴 골목의 끝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이 있다. 식구가 모두 모인 저녁에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싸움이 벌어진다. 어린 시절의 시인은 술에 찌들어 대화가 되지 않는 인사불성의 인간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닫는다. 사랑보다 분노를, 평안보다 불안을 먼저 배웠다.

“출발지에서는 살림이 부서지고 맥주병이 깨지고 엄마 입술에서 가끔 피가 흘렀다 술에 취한 아비에게 나는, 그를 골탕먹이려고 태어난 멍청한 딸년이었다 단 하루도 푹 잘 수 없는 열 살은 출발할 수 없었다

인생이란 경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이에 맞게 달려야 하는 법 스무 번째 결승선에서 길을 잃었다 팔자 한번 더럽게 화려한 엄마가 사고로 죽어버렸고, 베트남 여자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아비는 돈도 염치도 없었다 내 지갑을 빼앗아, 키워준 값을 정산했다

집에서 기어 나와 수없는 담벼락을 기어 넘었다 손톱 빠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시원에서,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을 했다 안 가면 병신 기권은 곧 죽음, 발톱 빠져라 달렸다 다시 자란 손톱은 기형이었다”(20쪽, ‘지각’ 중에서)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유일한 노래가 되어 보려고


수록된 시는 시인의 아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같은 아픔을 겪고 살아온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곡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시행착오이자 스스로를 일으키는 모두를 위한 위로다. 상처 입은 청춘의 골목에서 시인은 불협화음처럼 불공평한 세상의 건반을 벗어나려 했다. 온 힘을 다해 도망치다 도돌이표의 속삭임을 듣는다. 우리 모두 허무의 바탕에 빛나는 별, 빛나는 선율이라고.

건반 위에서 자기만의 방식대로 춤을 출 수 있는 자존만큼 눈부신 자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시인은 결핍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시인의 바다는 더욱 넓어졌다. 세상의 폭력, 혐오, 오만을 대하는 날카로운 시어 사이사이 달달하게 아린 추억과 처음부터 벽은 없었다고 말하는 다정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유다.

『사는 게 뜨거운 연주라면』은 여전히 서툴고 유약한 한 인간의 노래이다. 늦더라도 기권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사랑하기 힘든 날, 작은 친절이 필요한 날, 진심으로 다가갈 줄 아는 시인의 용기를 나눠받아 보는 건 어떨까. 삶이라는 연주에서 유일한 노래가 되어 보자고 말하는 진솔한 시가 뜨거운 응원으로 와닿는다.

저자소개

2020년부터 글을 썼습니다. 2021 《시인의 시선》 시 부문 신인상, 2022 첫 시집 『오늘이라는 계절』을 출간했습니다. 쓰는 사람으로 살고자 합니다.

목차

1부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그 밤 / 리트머스 종이가 빨개집니다 / 숙성 / 컵독 /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 지각 / 거울 / 고작 그거 하나 말해주려고 / 촬영 종료 / 답을 몰라도 / 저기요 불행 씨 / 그림자 마임 / 텅 빈 지갑이 되자 / 자세 교정 / 인생 카페 / 자유이용권



2부 히키코모리



폭소 / 뭐든지 뚫는 창과 뭐든지 막는 방패를 팝니다 / 크리스마스 이브의 행간 / 감자 다섯 알 / 완벽한 타인의 신발 /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에요 / 수남 벚꽃길 / 2023년의 속도 / 트루먼 쇼 / 가을이 되고 싶다 / 가본 적 없는 거리에서 길을 잃어요 / 비극의 책장 / 판도라의 상자 / 인터스텔라 / 아침은 불온하다 / 등껍질이 간지러워요 / 히키코모리



3부 길 위에서 허밍



딱 한 귀 / 열망 / 누룽지 한 그릇 / 사과나무 / 공통점 / 퇴근길 / 여행의 목적 / 몽돌 / 손길 / 봄꽃 / 지구 무료 산책 / 두 번째 식집사의 애티튜드 / 빨래를 부탁해 / 마음이 저만치에서 / 아홉 / 시날로그 / 길 위에서 허밍

한줄 서평